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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의 근로자들이 대형 호스를 통해 밑에서 뿜어 올리는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고루 채우고 있었다. 거푸집의 크기는 가로 6m, 세로 7m, 높이 4m. 한 번에 이만큼씩 콘크리트를 부어 주탑을 올리는 것이다. 거푸집 안에서는 콘크리트 거품을 없애는 기계 소음이 끝없이 웅웅거렸다. 탑 위와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서로 연락하는 무전기 소리도 연방 칙칙댔다. 작업은 주간·야간반으로 나뉘어 24시간 계속되고 있다. 이곳에서 1년째 철근작업을 하고 있다는 베트남인 윈반더이(27)씨는 “너무 추워 속옷을 많이 껴 입었다”고 했다.
2005년 7월 착공된 인천대교는 개통을 1년10개월 앞둔 현재 6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는 2조3593억원. 전체 21.27㎞ 가운데 실제 바다 위에 놓이는 구간은 12.34㎞(왕복 6차선)로, 민간자본 1조5914억원이 들어간다. 나머지 8.93㎞(왕복 2~6차선)는 육지에서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연결도로다. 국비 7679억원이 들어간다.
인천대교의 핵심은 1480m 길이의 사장교(斜張橋). 800m 떨어진 2개의 주탑을 세우고 각 주탑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려 다리를 매다는 방식이다. 경제적이고 보기에도 좋다는 게 장점이다. 올림픽대교와 진도대교 등이 이런 다리다.
“이번 공사는 자연 조건과의 싸움입니다. 인천앞바다는 물살과 바람이 워낙 세기 때문이죠. 그래서 온갖 신기술들이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주탑만 해도 지름 3m짜리 말뚝을 탑 하나에 24개씩 바다 속 79m 아래 암반까지 내려보내 지지하도록 했죠.” 정명현(30·삼성물산) 주임의 말이다. 그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했지만 여기야말로 일반 기술자들이 함부로 접할 수 없는 최고의 실습장”이라고 했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실시해 공사 기간을 줄이는 패스트 트랙(Fast-Track) 공법, 콘크리트를 탑 꼭대기 거푸집까지 갖고 올라가 내리붓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서 위로 고압 펌프를 이용해 쏘아 올리는 방식, 무게가 1000?이 넘는 상판을 육지에서 만든 뒤 바지선으로 실어 와 3000t짜리 해상 크레인으로 교각 위에 올려놓는 방법…. 이런 최신 공법들 덕에 인천대교는 진도 7의 지진이나 초속 72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고, 10만t급 배가 충돌해도 안전하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던 바다 한가운데에 이런 엄청난 다리가 생기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거푸집 사이 굵은 철근을 정리하던 박일남(53·인천 중구 북성동)씨는 “일이 고되고,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현장 근로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공사에 참가했다는 것이 두고두고 큰 자부심이 되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