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호 님께서 hohoho3801 님께 보내드리는 chosun.com 뉴스입니다.
[weekly chosun] 보험,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가입해 있지만 가장 어려워하는 금융상품은 무엇일까? 정답은 보험이다. 주위 사람의 권유로 보험 한두 개쯤 들어줬다가 나중에 후회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보험사와 모집인이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지식이 낮은 점을 이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끌고간다고 고발하는 충격적인 내용의 책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 최근에 나왔다.
보험설계사 출신의 저자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의 내용 중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추려 소개한다.
- ▲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가입 거부 연령 되기 직전에 가입하라
젊을 때 가입해야 좋다는 말이야말로 보험사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들은 월 보험료의 액수만 단순 비교해서 50세보다 20세에 가입해야 보험료가 더 싸다며 젊은층을 주로 공략한다.
보험사는 젊은층이 적은 보험료를 내긴 하지만 보험금을 실제 지급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는 사실, 심지어 사망보험금을 받을 확률보다 중도에 해약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젊은층이 내는 보험료는 장년층의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불쏘시개일 뿐이다. 보험료는 다소 비싸져도 보험 가입 거부 연령이 되기 직전에 가입하는 게 이익이다. 물론 건강해야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만기환급형 대신 순수보장형으로 짧게
보험사는 만기에 환급금을 돌려주겠다는 미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받는다. 보험사가 만기환급형을 강조하는 이유는 만기에 돌려줄 보험금만큼을 가입자로부터 더 받아내기 위한 상술이다. 보험사는 계약 1건당 보험료를 높이면 보험사의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도 더 받아낼 수 있다.
보험계약청약서는 본인이 직접 쓰라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에 필요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법정에서 인정되는 증거물은 보험계약청약서뿐이다. 따라서 보험계약청약서는 본인이 직접 써야 한다.
가입자 스스로 볼펜을 잡고 청약서의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읽고 의문점이 있으면 모집인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야 한다. 대화 내용을 녹취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보험계약자와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다른 경우 ‘고지의무’는 보험대상자가 직접 하고 자필서명은 보험계약자와 보험대상자가 각각 직접 해야 고지의무 위반과 자필서명 미이행에 따른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보험공단 통해 진료기록 확인하라
나도 모르게 내 질병에 대한 고지의무를 빠뜨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질병에 대한 고지가 빠졌는지 확인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997년부터 현재까지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요양급여 명세서’ ‘진료비 청구 명세서’를 요청해 ‘본인확인용’이나 ‘개인진료사실확인용’으로 발급받는다. ‘건강보험 본인부담 내역’은 ‘회사 의료비(자가보험) 지원 제출용’으로도 발급이 가능하다.
물론 이 자료는 보험사에 제출해선 안 된다. 필요한 내용만 내용증명에 적어 보험사에 고지의무 위반 사실 확인용으로 보내기 위해서다.‘진료비 청구 명세서’ 등은 그동안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병원, 약국 등에서 진료 받은 사실과 병명, 투약일수 등이 나오는 자료이다.
그런데 병·의원의 실수 또는 조작으로 치료 받은 적도 없는 병명과 투약일수 등이 기록된 경우가 있다는 게 속속 밝혀지고 있다.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가 ‘진료비 청구 명세서’를 요구하더라도 덜컥 주었다가는 큰일난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연금보험은 화폐가치 하락을 먼저 생각
개인연금보험의 허점은 화폐가치 하락이 반영되지 않은 채 연금액이 예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매달 분할해서 낸 보험료와 10년 뒤에 받게 되는 보험금을 비교해보면 화폐가치의 하락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화폐가치도 없는 푼돈을 지급받다가 그나마도 사망과 함께 끝나는 것이 연금보험의 진실이다. 화폐가치 변동을 감안해 보험금 지급을 늘리지도 않는다.
보험약관대출은 웬만하면 받지 말라
보험에 가입했다가 형편이 어려워져 해약하려고 하면 모집인이 권하는 것이 보험약관대출이다. 보험약관대출은 해약할 때 보험사가 내주는 돈인 해약환급금의 일부를 가입자가 대출 형식으로 빌려 쓰는 것인데, 문제는 이자율이 고리채 뺨치게 높다는 데 있다. 과거 ‘예정이율’이 연복리 7.5% 이상인 상품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대부분 10.5%의 약관대출이자를 내야 한다. 대출금 상환이 연체되면 보험사는 최고 19%가 넘는 연체이자를 물린다. 연체이자마저 못 갚으면 남아 있는 해약환급금이 소진될 때까지 차감하다가 더 이상 차감할 여지가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해 버린다. ‘내 돈 내가 가져다 쓴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이혼·재혼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라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은 무심코 계약자와 보험대상자는 자신으로, 생존 시·사망 시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설정한다. 가정을 이룬 가입자들은 수익자를 배우자로 정하는 일도 많은데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내인 내가 암보험에 가입하고 생존 시·사망 시 수익자를 남편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혼을 했는데 내가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탈 권리는 전 남편에게 있다. 보험사고 이후에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면 계약자는 수익자를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배우자가 미워서 아예 사망보험금을 해약해버리면 보험사만 이득을 본다.
재혼할 때도 보험 계약 정리는 필수다. 이혼·재혼 시에는 어린이보험도 점검해야 한다. 이혼이나 재혼을 하게 되면 고지의무, 자필서명, 미성년자친권자서명, 수익자 변경 등 보험계약 관계에서 얽히고 설킨 문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금과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죽어도 만나기 싫은 전 배우자라도 만나서 사실확인을 하라. 그러지 않으면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보험계약의 법적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가입자가 져야 한다.
계약전환 종용은 응하지 않는 게 상책
계약전환이란 쉽게 말해 유지 중인 보험을 새 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옛날 상품일수록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험금 보장 측면에서 가입자에게 유리한 점이 많으므로 보험사들은 아예 ‘전환전용 상품’을 만들어 기존 계약자들을 공략한다. 모집인 수당도 높아서 모집인들은 갖은 감언이설로 새 상품이 훨씬 좋아 보이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전환에는 응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전환전용 상품 가입자는 ‘보험료, 가입 나이, 예정이율, 보험금’ 등 전환 전 계약보다 나은 점이 없다. 사망보험금을 높이고 싶다면 계약전환을 하지 말고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보험상품에 추가 가입하면 된다. 또 기존 계약을 없애고자 한다면 ‘전환전용 보험’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해약하는 편이 낫다.
“보험사와 맞장 뜨다 보니 싸움닭 됐어요” 연금보험 실체 알고 충격… 소비자 보호에 팔 걷어붙여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金美淑·41) 회장은 이웃집 아줌마처럼 친근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알아주는 ‘싸움닭’이다. 보험회사와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등이 싸움 대상이다. 보험소비자협회를 만들어 소비자의 권익을 찾아주는 투쟁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다. “원래는 소심한 성격이라 남들 앞에서 말 한마디도 못했는데 보험사와 맞장 뜨는 일을 오래 하다보니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싸움닭이 되었어요.”(웃음) 여린 심성의 소유자가 지금은 보험사 직원이 “뒤가 무섭지 않느냐, 밤길 조심해라” 하고 협박하면 “나 죽으면 니들 보험사도 죽어” 하고 맞받아치는 강심장이 됐다.
그는 보험소비자협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서울여상을 나와 1987년 서울 적선동의 항공화물에이전트 분야의 회사에서 근무한 뒤 용산에 있던 회사로 옮겨서 근무하다가 지금의 남편(45)과 사내 결혼을 하고 퇴사한 뒤 집에서 살림을 했다. 고교 1학년, 초등 5학년 딸 둘을 두고 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보험과의 인연은 1995년 2월 보험회사 보험설계사로 입사하면서 맺어졌다. “남편한테 연금보험 들라고 하는 보험설계사와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입사까지 하게 됐어요.” 1999년에는 같은 업종의 회사로 옮겼다.
그는 보험설계사 시절에도 회사가 역점을 두는 상품보다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개인연금을 소비자에게 많이 권했다. 보험 지식이 쌓이던 2001년 무렵 그는 “20년 후 연금보험 반토막난다” 는 요지의 신문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는다. 본사에 직접 전화까지 해서 확인해본 결과 그는 “나도 속았고 부모형제, 소비자도 속인 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난 후에도 가만있기엔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2001년 4월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 사이트에서 보험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칼럼은 인기가 높았다. “보험설계사의 권익 보장보다는 소비자의 권익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썼거든요.”
2002년 10월에는 다음카페 ‘보험소비자협회(cafe.daum.net/bosohub)’도 만들었다. 회원이 1만명 넘는다. 그해 12월부터는 신촌 맥도날드 매장에서 길거리 상담도 병행했다. “사무실이 없으니까 맥도날드에서 보험 피해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찾았어요.”
그는 재작년 겨울에 처음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얻었다. 노동운동 출신의 한 독지가가 서울 서대문에 보증금 300만원의 6평짜리 사무실을 얻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은 열악하다. 비영리 활동을 하니 돈이 생길 리가 없고 까먹기만 할 뿐이다. 지난해에는 반포로 옮겼다가 올해는 마포대교 부근의 보증금 700만원, 월세 55만원짜리 사무실로 옮겼다. 사무실 위치가 자주 바뀌는 것은 월세를 못내 보증금으로 대신 내다가 다 까먹으면 다른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협회를 키울 생각은 없다. “덩치를 키우면 자체 이익을 추구해서 초심을 잃게 될 공산이 커요. 돈 벌자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럴 거 같았으면 집에서 살림하는 게 나아요.”
요즘 각종 소비자단체가 많아졌지만 보험은 어려워서 그런지 소비자단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에 속한다. 그런 만큼 그의 외로운 활동은 돋보인다. 그는 “보험금은 아는 만큼 받는다”며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험교육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