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호 님께서 hohoho3801 님께 보내드리는 chosun.com 뉴스입니다.
일요일도 은행 문 여는 '코리안 드림 1번지'
대한민국에서 물가가 가장 싼 곳, 일요일에도 은행이 문을 여는 곳, 겨울 내복이 잘 팔리는 곳, '코리안 드림'의 꿈이 치열하게 숨쉬는 곳….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엔 '원곡동만의 경제학'이 존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살다 보니 다른 지역과는 경제 돌아가는 원리부터 다르다.
여의도의 3분의 1 크기의 땅(3.1㎢)에 39개국, 3만5000여 명이 모여 산다. 대한민국 속 '작은 지구촌'이다. 거리의 식당과 수퍼마켓은 지구촌 전시장 같다. 중국, 베트남, 몽골, 파키스탄, 러시아, 미얀마, 우간다, 세네갈, 남아공, 터키, 과테말라, 페루….
원래 이곳은 국내 노동자들의 밀집 거주지역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거주자들이 하나 둘씩 떠나자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웠고, '국경 없는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 ▲ 원곡동의 은행은 고국에 돈을 부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일요일에 가장 붐빈다. 6일 외환은행 원곡동 출장소에서. /김평화 인턴기자 naeil@yonsei.ac.kr
◆'물가특구'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내려 원곡동에 접어들면 만나는 수퍼마켓. 귤 30개 2000원, 사과 4개 3000원, 대파 한 근 2000원, 삼겹살 500g 3300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남대문시장의 50~70% 수준이다.
'원곡동 경제학'에선 품질보다 가격이 무조건 우선이다. 고국으로 한푼이라도 더 송금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질을 살펴보니 한눈에도 차이가 난다. 과일가게에서 주인에게 "좋은 것 없느냐"고 묻자, 한편에서 박스에 있는 물품을 보여준다. 주인은 "값싼 것만 찾기 때문에 좋은 물건은 구석진 곳에 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원곡동 물가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쌀 것"이라며 "가게마다 경쟁이 심해 도매가 수준에 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공급 루트는 밝히지 않지만, 저마다 더 싼 물품을 구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싼 물건만 찾다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눈에 띄었다.
◆연간 송금액만 3000억원
7개월 전 스리랑카에서 온 크샨트(28)씨.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벌어 90만원을 고국에 보낸다. 하루 세 끼를 공장에서 때우고, 휴대폰 비용이나 가끔 고향 음식을 사 먹는 정도만 지출한다.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수입의 70% 이상을 고국에 송금한다.
원곡동 은행들은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평일엔 은행 들를 틈이 없기 때문이다. |